영화

[리뷰]2019년 9월~2020년 7월에 본 영화

히데어 2020. 9. 30. 13:53

여기 안 들어온 지 근 1년이 다 되어가다니,,,

한 달에 걸쳐 작성한 바람에 1년이 넘어버림,,,

과제 때문에 본 <로마>(2018, 알폰소 쿠아론). 분석하는 게 과제였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상 받았다고 들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흑백영화에 호흡도 길어서 족금 재미없었다... 여성끼리의 연대가 포인트라는데 개인적으로 영화 안에서 이 주제가 크게 강조되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다른 주제가 더 커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여성의 연대 자체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뭘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 했다ㅠ... 그래서 구글링해서 찾은 자료들 열심히 번역하고 버무리고ㅠ 분량 채운다고 애썼다ㅠ 그러고 학교가니까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한 컷 한 컷 멈추면서 분석해주셨는데 엄청 재밌는 영화였던 것;;; 소품 하나 하나, 카메라 무빙 하나 하나, 세트 구조 하나 하나 다 분석해주시는데 그렇게 재미가 있더랜다... 역시 영화는 아는만큼 보이는 거다ㅠ

<엑시트>(2019, 이상근)는 솔직히 의아하면서 봤다. 시나리오를 읽을 기회가 있어서 탈고 전 수정 단계에 있는 시나리오를 몇 차례 읽었는데, 그땐 진짜 재미 없었다. 클리셰도 많았고, 머릿속에 잘 그려지는 시나리오는 아니어서 대충 흐름만 가져가다보니, 읽으면서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개봉할 때까지도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관객 반응이 너무 좋은 거다! 대부분 "불편한 부분이 없는 코메디 액션 영화"라는 반응이 많았다. 나중에 OTT에 풀리면 보려고 했는데, 결국 궁금해서 영화관에 가서 봤다(아닌가? OTT에서 봤나?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근데 진짜 불편한 부분이 없긴 하더라...ㅋㅋㅋ 우리나라 코메디 영화는 생각할수록 진짜 한숨만 나오는데(<청년경찰>, <스물>, <완벽한 타인>, 등) 어디 인터뷰에서 보니까 이상근 감독도 이 부분에 꽤나 신경 쓴 것 같아서 좋았다. 윤아 조정석 조합도 시나리오 읽을 땐 머릿속에서 잘 안 그려졌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생각보다 케미가 좋았다. 클리셰는 여전히 보이긴 했지만, 클라이밍이라는 소재와 주연 케미에 잘 묻힌 거 같다.

사실 <범죄도시>(2017, 강윤성)같은 영화들 너무 많아서 잘 안본다. 근데 (좀 지났지만) 워낙 흥행을 한 작품이기도 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그래서 마음 먹고 봤다. 내가 또 실화 바탕 영화는 잘 봐서,,, 영화는 예상보다 재밌었다. 장첸 캐릭터도 개성있었고 마동석이 연기했던 형사도 인간미 있고 좋았다. 식당 운영하는 조선족들이 형사 도와주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벌새>(2018, 김보라)가 여성 관객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일으키는 영화여서 보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근데 내 취향은 아니었음... 독립영화다 보니까 편집 문법도 상업영화의 그것이 아니어서 낯설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끊기는 느낌? 한자였는지 서예였는지 아무튼 학원 선생님 캐릭터는 조금 인상적이긴 했는데 그거 말고는 크게 "좋다!"라고 말할 건덕지를 못찾았다. 다른 사람들은 막 울기도 하고 그런다는데... 나한텐 그정도는 아니었다ㅠ

영화보기로 했던 친구가 딱봐도 재미없어보이는 한국영화를 고르길래 <애드 아스트라>(2019, 제임스 그레이)를 생각하고 외국영화 보자고 했는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쿠엔틴 타란티노)를 골라버려서 이거 봤다. 이때가 개봉한 지 며칠 안 지나서 정보도 많지 않기도 했고, 원체 정보 없이 영화보는 걸 즐기는 편이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갔다가 낭패당했다. 역시 실화기반 영화이고, 실화를 알아야 엄청 재밌다는데... 몰라서 엄청 재미 없었다. 걍 줄거리가 없는 영화 같았음... 후반 10분정도를 위한 2시간 20분이었달까... 근데 그러고 나서 실화 찾아본 것도 아님ㅋ 귀찮아... 걍 한국영화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제 때문에 본 <해피투게더>(1997, 왕가위). 역시나 분석 과제였다. 이 영화는 총 4번 정도 봤다. 같은 영화 여러번 보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대단한거임ㅇㅇ. 물론 4번 다 자발적인 건 아니었지만ㅎㅎ...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져서 '이래서 사람들이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는구나'하고 처음으로 느꼈던 영화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장국영X양조위가 난폭한 것만 보였다. 그러고 왠지 모르게 홀린듯이 다시 한 번 봤다. 두 번째 보니까 양조위 잘생긴 게 보였다. 양조위 잘생긴 걸 보고 왜 <아비정전>(1990, 왕가위)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비정전>을 봤다. <아비정전>에서는 장국영이 너무 잘생긴 게 보였다ㅋㅋ

크으 레전드... (<아비정전>中) 

저 씬 때문에 광동어 배울 뻔 했다;;; 자막이 장국영 얼굴을 가리잖아ㅜㅜ 이러고 장국영한테 입덕할 뻔ㅠ 아니 했나..? 무튼 <아비정전>까지 보고 진짜로 과제 써야해서 <해피투게더>를 다음날 다시 봤는데 이번엔 인물의 감정이 보였다. 서툰 사랑이 난폭함으로 표현되는 게 느껴졌다. 왕가위 감독은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을 정말 잘 담아내는 거 같다. 그리고 '先얼굴 後서사'인 작업방식답게 애정이 담겨서 그런가 배우도 엄청 예쁘고 잘생기게 찍는다. 교수님이 <해피투게더> 분석해주신 것도 너무너무 재밌었다. 물론 이 교수님은 오브제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서 분석하시는 편이라 '감독이 진짜로 이렇게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서 찍었을까?' 싶긴 했지만 어쨌든 작품 해석은 관객의 몫이니까,,, 하면서 재밌게 들었다. 그러고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인지 준비하느라 <해피투게더>를 한 번 더 봤는데, 이번에는 각잡고 분석하면서 봐서 그런지 색채에 관한 게 좀 보였다. 재밌는 과정이었다ㅎㅎ...

10월은 바빠서 영화를 안봤구만,,,

<미드 90>(2018, 조나 힐)! 재밌게 봤다. VHS느낌의 영상미도 흥미로웠고, 주기적으로 보드병이 찾아오는 사람이라 궁금했다. 이 근래 좋아했던 성장 드라마 느낌의 스토리라 영화는 재밌었고, 개성있는 연출도 좋았다. 마지막에 인물 중 한명이 영화 내내 들고다니던 캠코더로 찍은 영상 편집해서 보여준 게 특히 좋았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 영화로 보드병은 치유됐다. 너무 위험해... 그리고 난 그런 화려한 기술 배울 생각은 없다구... 

논란의 <82년생 김지영>(2019, 김도영)ㅋㅋ 원작인 책은 ^비현실^적인 사실이 현실임을 입증하려 애썼다(문장마다 각주달려있는 각종 통계들)면, 영화는 그보다는 (아무래도 통계를 보여주지는 못하니까,) 욕 안 먹을 방향으로 전환한 게 티가 났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감독을 비난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관람객 모두에게 공감을 자아낸 것 같고, 얼추 누가 보지도 않고 욕하는지 알 수도 있었고ㅋㅋ 그리고 남편 캐릭터 진짜 완전 짜증났는데 현실에서는 저정도도 양반이라 더 짜증났다ㅋㅋㅋ 후.... 영화 보면서 나는 아직 학생이라 그런가 내가 주인공에 감정이입하지는 못했고, 되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눈물 줄줄 흘리면서 봤음ㅠ 내가 잘 할게 엄마,,,,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봤던 <조커>(2019, 토드 필립스)... 개봉과 동시에 "가해자/범죄 미화 영화"논란 때문에 보기 전부터 -500점인 채로 봤다ㅠ 별 같잖은 사람들이 조커에 감정이입해서 공감하고 난리부르스를 떤도 한 몫 했고... 그래서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자기가 모자라고 노력도 안하는 건데 비운의 주인공 된 것마냥 조커 인용하면서 자신의 "모자람"에 정당성을 부여하니까 그게 너무너무 싫은 거ㅠ 

또 과제 때문에 봤던 <팬텀 스레드>(2017, 폴 토마스 앤더슨). 과제용 영화 치고는 보기 드물게 정말정말 최신작이어서 신나서 봤다. 하지만 역시 예술영화라 쫌 어렵더라... 그래도 분석과제 써보겠다고  구글링도 많이하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나름대로 해석해보니까 좀 재밌긴 했다. 교수님이 해주셨던 분석 중에 벽지의 패턴을 활용해 인물의 심리를 묘사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중간고사 시험문제로 영화 <팬텀 스레드>에서 제목의 의미를 서술하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아서 어렵지만 고민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왓챠 시사회 당첨으로 보게 된 <윤희에게>(2019, 임대형). 생각보다 감정이입이 잘 안됐다. 둘다 무슨 감정인지는 조금 알긴 하겠는데 그래도 직접 일본까지 가서 일이 진행되기에는 동기가 조금 부족했던 느낌? 김소혜 연기도 영화 톤에 맞는 연기가 아니라 그냥 날것의 반응, 말투 같은 느낌이라 초반에는 되게 연기 못하고 혼자 튄다는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 수록 내가 그 연기에 적응이 되는 건지 아님 나아진건지 괜찮아졌다ㅋㅋ 같이 본 동기도 같은 의견이어서 신기했다.

<우먼 인 할리우드>(2018, 톰 도나휴)는 보면서 엄청 큰 감명과 복잡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영화긴 했던 거 같은데 자세히 기억이 안난다. 저번달에 본 <밤스 인 쉘>이랑 기억이 섞였어... 다큐멘터리였고, 할리우드 내 여성 영화인의 차별에 관한 영화였는데, 우리나라는 한참 멀었구나 싶은 좌절감이 엄청 들었던 건 생각난다. 가장 극심한 차별은 눈에 띄지 않는다더니,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여성 영화인 인권 문제의 일부만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차별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영화가 언제쯤이면 나올 수 있을까.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게 봤던 <포드 v 페라리>(2019, 제임스 맨골드)! 나 이 영화로 카 체이싱 액션 좋아하는 줄 처음 알았잖아ㅠ 진짜 오프닝 시퀀스부터 몰입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었던 영화였다. 카 체이싱 너무너무 박진감 넘치고 엄청 좋았고 스토리도 깔끔했다. 사실 엔딩이라고 해야되나 사건의 결말은 찝찝해서 미쳐버릴 뻔 했는데 실화라 그래서 찝찝함이 안타까움과 상대에 대한 빡침으로 승화됐다. 캐릭터들도 매력있었고, 큰 스크린으로 봐서 전율이 오졌었다.

<나이브스 아웃>(2019, 라이언 존슨)은 대존잼 추리영화라고 입소문이 나서 엄청 기대하고 갔다. 사실 어렸을 때 한동안 추리소설"만" 읽었어서 웬만한 추리물로는 성에 안차는 사람이라 기대가 컸다. 근데 이번에는 어린시절 수없이 읽었던 추리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 입학 후 수업마다 써냈던 분석과제들이 문제였다ㅠ 영화 시작한 지 2~30분만에 스포당함ㅠ 한 인물이 나올 때 칼이 자주 화면에 걸리길래 혹시...? 했는데 역시였다ㅠ 완전 김새부렸으... 이거 눈치 못챘으면 재밌게 봤을 거 같긴 하다. 

<드래곤 길들이기 3>(2019, 딘 데블로이스) 너무 귀여워ㅠㅠㅠ!!!! 너무귀여워ㅠㅠㅠ 쪼꼬미 투스리스들 너무 귀여워.... 스토리도 좋았구 작화도 좋았구ㅠ 사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애기 투스리스가 귀여웠던 기억만큼은 강렬해...

저번에도 말했던 거 같은데 아리 애스터의 뇌는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 <미드 소마>(2019, 아리 애스터)가 그렇게 충격적이라고 해서 뒤늦게 왓챠 올라오고 얼마 안지나서 봤는데, 굉장히... 기괴하고 충격적이고... 그와중에 영상미는 챙겼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면 이런 영화가 나올까? 진짜 알 수 없어... 기괴한 영화 좋아하지만 아리애스터는 조금 노골적인 느낌이 있다. 마치 아무도 감히 생각해보지 못할 상상들을 관객들 눈 앞에 들이밀며 관객들의 경악스러운 반응을 즐기는 느낌? 이런 류라면 차라리 좀 더 고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좋아... 

다음학기 수강할 과목 강의 계획서에 있는 영화라 미리 봤던 <하나 그리고 둘>(2000, 에드워드 양). 예술영화고 롱테이크 많고... 재미가 아주 없진 않았는데 이렇게 잔잔한 영화에 롱테이크는 너무 힘들다. 초중반에 아들하고 아버지하고 차에서 나누는 대화가 영화 주제인데, 그게 너무 대놓고 티나서 아쉬웠다. 그래도 잔잔한 울림은 있는 영화였다.

<연지구>(1987, 관금붕) 역시 강의계획서에 올라와있던 영화였다. 대체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 현대 커플이 나올 때면 얼른 과거 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함...ㅋㅋ 그만큼 매염방 장국영 조합 엄청나ㅠ 그만큼 마지막에 살아남은 현대의 진진방(장국영 분)은 너무 추해서 진짜 충격적이었다ㅠ 그거 보면서 '아 이래서 첫사랑은 시간이 흘러서 다시 보면 안 된다는 건가?' 싶었다. 근데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 여화는 미련없이 떠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어려운 주제의 <데니쉬 걸>(2015, 톰 후퍼). 사실 나는 성별은 생물학적 구분일 뿐, 그 외의 모든 차이는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성별은 XX, XY 같은 유전자나, 성기의 형태가 구분 짓는 것이고, 그 외의 힘의 차이나 머리 길이, 말투, 의복, 등과 같은 것은 개인의 성향과 기호라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치마를 입고 화장하는 것을 좋아했어. 그러니까 나는 남자로 잘못 태어난 여자야."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은 사실 "치마를 입고 화장을 좋아하는 >남성<"일 뿐이다. 트렌스 젠더들의 의식의 흐름은 각각 "여성성"과 "남성성"이라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 기호를 인정받지 못해, 틀 안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넣다 보니 생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실제로 FTM 트렌스 젠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용기내어 이런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넌 니 일이 아니라서 몰라."라는 답변을 받았다. 바로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겠지, 내 일이 아니라서 쉽게 생각하고 결론지을 수 있는 거겠지. 평생토록 호르몬 주사 맞고, 차별 속에서 살고, 경멸과 멸시가 섞인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감히 헤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이후로 더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데니쉬 걸>도 그냥 보면서 "결혼이나 하지 말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나는 헤테로 여성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게르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와이프에게 이런 자신을 응원해달라는 게 와이프 게르다에겐 너무나 폭력적인 말이 아니었을까. 

미국에서 본 <작은 아씨들>(2019, 그레타 거윅). 자막 없어도 대강 알아듣긴 했다. 근데 대강이라... 중간에 베스가 아프고나서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또 아프더니 죽어버려서 당황했다. 같이 본 사촌언니한테 왜 그런거냐고 물어봤는데 언니도 저 즈음 자다 일어나서 잘 모르겠다고... 나중에 자막 깔고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중간중간에 시얼샤 로넌이 치는 대사들이 너무 좋았는데, 결말이 읭스러웠다. 물론 그래서 더 당시 시대적 한계가 잘 드러났던 거 같기도 하다. 

영화관도 운영하는 미국의 바에서 사촌언니들이랑 본 <기생충>(2019, 봉준호)! 바에 영화 테마에 맞게 "forbidden fruit"이라는 이름의 칵테일도 팔았는데, 시켜보니 복숭아가 들어있었다. 이 집 장사 잘한다고 생각했음... 큰 관은 아니고 서른 명 남짓 들어가는 작은 관이었는데, 모두 다 매진에 우리 셋 빼고 다 서양인 들이라 조금 놀랐다. 왠지 무의식적으로 반 정도는 동양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기생충>을 기점으로 외국에서도 한국영화에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영화는 처음 봤을 때 만큼의 엄청난 전율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재밌었다. 미국인들이 어느 포인트에서 터지는지 보는 반응도 재밌었다. 지금은 어느 포인트였는지 잘 기억 안나지만... 하나 기억나는 건 장혜진 배우가 북한 말투 흉내내는데 아무도 안터졌던 거ㅋㅋ 말투 차이는 자막으로 전달이 안된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봤던 <웨어 핸즈 터치>(2018, 암마 아산티). 로맨스는 안 좋아하는데 멜로는 좋아하는 특이 취향... 그 중에서도 세계 2차대전 서양 배경 멜로물을 특히 좋아해... <스윗 프랑세즈>,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둘다 좋아하는 영화라 한번 도전해 봤는데 역시 성공적이었다. 남주가 안 잘생겨서 몰입에 조금 힘들긴 했지만... 중간에 눈물 났던 거 같기도 하고... 제목이랑 포스터는 진짜 재미 없어 보이는데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내리기 직전에 봤던 거 같은 <조조 래빗>(2019, 타이카 와이티티). 조조 너무 귀여웠다ㅠ 스칼렛 요한슨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빨간 신발 매번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다가 교수형 당했을 때도 신발부터 보여준 거 너무 소름이었다. 떡밥을 떡밥인지 모르는 채로 계속 받아먹다가 뒤늦게 "...! 그게 떡밥이었구나...!" 싶어질 때의 그 깨달음도 느낄 때마다 재밌다. 애기들 연기도 너무 잘하고 귀엽고 짠하고ㅠ 귀여운 거에 비해서 굉장히 의미 있고 되세겨 볼만한 영화다. 

<엑시트> 이후로 정말 만족스러웠던 건강한 코메디 영화 <정직한 후보>(2020, 장유정). 스케일 자체는 훨씬 소규모였지만, 주연이 여성배우여서 더 좋았다. 거슬리는 부분 없이 유쾌해지고 싶을 때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 라미란 배우 연기도 너무 찰지고... 김무열과의 티키타카도 좋았다. 필터링 못 거치는 컨셉 덕에 던지는 대사들도 통쾌했다. 현실이라면 절대 못할 말들이니까 대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런 카타르시스..? 즐거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1917>(2019, 샘 멘데스). 가끔은 컷 갈아끼우는 타이밍도 안보여서 너무 신기했다. 계속 핸드헬드라 조금 어지러웠는데, 아직도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동생의 군번줄을 건네 받는 그 떨리는 손이, 얼굴 클로즈업보다 더 슬퍼서 눈물이 차올랐다. 진짜 그 순간에 카메라로 얼굴 말고 손 잡은 게 신의 한 수... 얼굴을 잡았다면 오히려 더 신파같은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 

"중국영화" 수업시간에 봤던 첫 영화 <국두>(1990, 장예모). 염색 공장을 배경으로 설정해 감정의 변화를 색채로 나타낸 게 인상 깊었다. 인물마다 고유 색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근데 검정 의상 입을 때부터 구분이 흐려져서 확신은 없다,,, 교수님한테 물어보고 싶었는데 영화과 교수가 아니라 생각도 안 해봤을 문제일 것 같아 괜히 나댄다고 생각할까봐 질문 못했다. (실제로 나중 수업에서 다른 작품 미장센 물어봤는데 생각 안해봤다고 쓰루당함...) 영화 보는 내내 남자 출연자들이 하나같이 너무 추해서 보기 힘들었다. 국두 학대하는 장면도 너무 싫었고... 색채 이용은 흥미로웠으나 그 외에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엄청난 명작으로 유명한<패왕별희>(1993, 첸 카이거). 그래서 기대 많이 했는데 나는 잘...ㅠ 사람들은 장국영 연기력도 칭찬 많이 하던데 그것도 나는 잘...ㅠ 사실 내가 연기력을 잘 못 보는 편이긴 하다. 걍 못하는 것만 눈치챌 줄 알지 보통과 잘함, 엄청 잘 함의 경계를 크게 못느낀다. 배우들에겐 쫌 미안한,,,ㅎ,,, 무튼, 4월에 <패왕별희> 재개봉 한다는 소식 들었을 때 "중국영화"수업 영화기도 해서 영화관 가서 볼랬는데 코로나 때문에 결국 다운 받아서 봤다. 아쉽쓰... 영화는 중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그런 영화였다. 중국 역사를 잘 아는 게 아니라서 처음 볼 땐 그냥 그랬는데 학우들 발표 듣고 시대배경을 좀 알고 나서 다시 보니까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222

<산하고인>(2015, 지아장커)은 내 발표 영화였다. 학교 다니면서 지아장커 감독 이름은 진짜 많이 들었던 거 같은데 정작 작품은 본 적 없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지아장커를 처음 접했는데, 그 첫 작품이 <산하고인>이라 아쉬웠다. 영화가 되게... 읭스러워서 뭘 말하고자 하는지 감이 잘 안잡혔다. 누가봐도 아버지 여동생뻘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대학생 달러의 이야기가 나왔을 땐 진짜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나이차는 물론이고 액면가, 사제관계 셋 다 정말... 받아들일 수 없었음... 근데 사실 성별만 바뀌었으면 '으 더러워;;' 하는 정도로 그쳤을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이미 그런 컨셉의 영화가 너무 많고 나 또한 거기에 익숙해져 버려서,,, 스스로 혐오감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튼 다시 <산하고인>으로 돌아가서, 주제도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화교들에게 "뿌리"를 강조하는 내용이라 너무 검열의 냄새가 많이 났다. 지아장커 팬들은 대부분 지아장커가 지하영화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추측하는 듯,,, 내가 봐도 그런 거 같다. 이거 보고 바로 지아장커의 이전 작품인 <천주정>(2014, 지아장커)을 봤는데, 여기서는 그래도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비판적인 지아장커의 색깔이 드러나있거든... 지아장커는 이 영화로 지상영화 데뷔를 꿈꿨던 거 같은데, (본 지 오래 돼서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데) 약간 마무리가 판타지스러웠나? 무튼 그런 느낌으로 확실히 사회비판적인 부분을 중화시키려는 노력이 보이긴 했다. 그치만 중국 전영국도 바보는 아니라서 결국 검열 당했지만ㅠ,,, 

<눈 먼 우물> 혹은 <맹정>(2003, 리양) 이 수업 때문에 봤던 영화중에 제일 재밌었던 영화였다. 인물 변화도 인상 깊었고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였다. 그리고 마지막 씬의이 특히 좋았다. 이상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펭밍이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사회에 물들어 버린다는 결말이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씁쓸한 여운이 오래 남았다. 

<대지진>(2010, 펑샤오강)은 선전영화였는데, 전에 봤던 <은하보습반>만큼 대놓고 선전영화는 아니었다. 그냥 약간 국뽕 영화 느낌? <국제시장>처럼... 놀라운 건, 2019년 작 <은하보습반>보다 CG가 더 봐줄만 했다는 거... 처음에는 좀 짜치긴 했는데 <은하보습반>에 비하면 선녀다 선녀. 결말도 좀 공익광고스럽지만 어쨌든 희생자를 기리면서 끝나는 거라 반감은 크게 안들었던 거 같다.

 

처음엔 그냥 <식객>인줄 알았던 <음식남녀>(1994, 이안). 정말정말 충격의 도가니였다. 갑자기 전개 아침드라마... 아니 아침 드라마도 이정도 막장은 아닌데ㅠ 처음 중문과 수업 들을 때 배웠던 교재에 <음식남녀>이야기가 있어서 기대했는데... 교수님도 재밌다고 하셔서 진짜 기대했는데... 할아버지+할아버지 친구 딸 이렇게 맺어질 때 진짜 최악이었음ㅠ 이런 거 못참습니다 못참아요ㅠ 제발 정상적인 사랑을 보여주세요... 오프닝 시퀀스가 특히 좋았던 거 말고는 결말 때문에 다 휘발 돼서,,, 남는게 없다...ㅎ

중국 감독이 찍은 헐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이안). 무려 히스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이다. 연기 너무 좋았고 영화도 좋았고 의미도 좋았다. 물론 가정 있는 남정네 둘이 붙어먹는 건 좀 화났음... 그럴거면 결혼을 하지 말던가! 시대상 둘이 같이 살지는 못해도 혼자 살 수는 있잖아! 성소수자들이 겪는 시대적 비극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고 결국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와 드디어 봤다 <첨밀밀>(1996, 진가신)! 중국 살 때부터 첨밀밀 노래 엄청 많이 들려왔고, 한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적도 있는데 본적은 없었다. 이번 수업을 계기로 보게 됐다. 왜 고전이고 명작인지 알게 됐다구요ㅠ 장만옥 연기도 너무 좋고 은근 다정했던 조폭 아저씨, 쓰레기에 좀 모자라지만 착한 이군ㅠㅠ 미키마우스 미장센도 좋았고 위태로운 홍콩의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같다. 진짜 그 시대를 거친 사람들 한테는 향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영화. 

수업 준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본 <화양연화>(2000, 왕가위). 사실 처음에 화양연화 봤을 때는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어서 시시하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근데 왕가위 연출 스타일을 한번 느끼고 나니까 넘나 명작인 거예요ㅠ 쵝오쵝오 그리고 <화양연화> 보면서 <2046>생각이 많이 났다. <2046>도 본 지 오래 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어지는 내용이었던 거 같아,, 근데 세계관은 달랐던 거 같기도,, 어쨌든 언뜻 <2046>의 그 대사가 장만옥을 뜻하는 거였군! 이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보는 김에 <2046>까지 쭉 볼 걸 그랬다.

출발 비디오 여행으로 영업당해서 본 <Not Safe for Work>(2014, 조 존스톤). 장르가 스릴러다보니 아이템 자체는 조금 평범해보일 수 있었지만 "카드 키 술래잡기"라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았다. 회사 내 보안구역을 이용해서 카드 키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 한 사람의 영역을 구분하고, 단순한 액션 씬에서 두뇌 게임이 추가 된 액션을 본 느낌..! 악역 JJ 페일드의 마스크와 연기력, 그리고 그 캐릭터의 매력에 비하면 영화의 결말부가 좀 시시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급하게 결말 내려고 안하고 찝찝함을 안겨 줄 결말을 선택 한 부분은 감독 나름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 근데 주인공은 좀 캐붕이 종종 보여서 몰입이 깨졌다. 자신의 상황에 비해, 그리고 초반에 보여줬던 캐릭터 묘사에 비해 뒤로 갈수록 사람이... 이타적이야... 러닝타임 늘리려고 시간 끄는 거 같기도 하고ㅠ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거 같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는 훌륭한 영화였다.

엄마가 보고 싶어 했는데 유아인 때문에 안본다고 거절했다가 친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돼서 혼자 찔렸던 <#살아있다>(2020, 조일형). 친구가 영화를 보여줘서 선택권이 없었다^^,,,, 영화는 1층 야외 좀비랑 붙는 액션씬 말고는 다 별로였다. 일단 유아인 연기 스타일 나랑 너무 안맞고(혼자 너무 오바하는 거 같음), 본론 빨리 들어가려고 훅훅 지나가는 초반 설정들에 (당연하게도) 디테일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설득이 안됐다. 초반부 나레이션과, 대사, 연기, 장면들 모두에서 목적성이 대놓고 보였다. 초반부 요약: "짠!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습니다!" 딱 이 느낌? 그 이후에 박신혜 나오기 전까지는 유아인 원맨쇼 너무 심했고... 특히 노래 틀어놓고 춤 춘거ㅋㅋㅋ 아니 뭐 상황상 그럴 수 있다고는 쳐, 근데 <조커> 계단 씬이 겹쳐보이는 건 왜일까ㅋㅋ <조커> 생각하면서 넣은 씬같은 느낌 들어서 몰입 깨졌다. 근데 같이 본 친구는 차라리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였던 초반부가 좋았고, 중간에 야외 좀비 액션씬부터 너무 별로였다고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당하고 좀비됐는데, 특별히 강해보이지도 않는 저 주인공 둘만 요리조리 피하고 깨부수고 나가는 설정에서 개연성이 떨어졌다고... 맞는 말이지만 여성 액션씬 짱좋아하는 나는 유아인보다 박신혜 액션씬이 더 많이 나와서 열심히 응원하면서 봤음^^77 유빈이 집에 운동기구 많았(던거 같)다구요~!~~! 그래도 결말은... 커버 못쳐주겠다... 한국 드라마/영화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급 마무리와 급 해피엔딩과 급 안도감의 고민없는 콜라보... 중후반 액션씬을 위해 제작한 영화였던 듯ㅎㅎ...

인터넷 영업글 읽고 본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배형준). 영업 참 잘 당한다ㅎㅎ.. 영업으로 본 영화만 몇 개인지,,, 그래도 이 영화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강동원은 항상 자기가 영화를 고른다는데 이런 영화좀 골라줬음 좋겠다ㅠ 좀 진중하고 멋있는 역할 하고 싶어 하는 거 같긴 한데 촐싹대는 역할이 더 잘 어울린다구요ㅜ 약간 남자 전지현 느낌?? 제발 <검사외전> 같은 거 한 번만 더 찍어주세요... 무튼 영화는 딱 2000년대 감성의 영화ㅋㅋ 몬가 풋풋하고 개성있고 딱 고런 느낌ㅎㅎ 전개도 좋고 연기도 좋고,,, 물론 마지막에 프로포즈 씬 보면서 '아악 세상에나...'하긴 했다,,, 결론은 재밌게 잘 봄!

예전에 추천도 많이 받고 봉준호 감독도 재밌게 봤다는 <마인드 헌터>(2017, 2019, 넷플릭스). 시즌 1은 정말정말정말 재밌었다. 순식간에 다 봤다. 홀든과 빌의 케미도 좋았고, 나중에 합류하게 된 카 박사와도 케미 최고였다! 프로파일링의 시작을 다룬 드라마여서 흥미도 컸고 여러가지 장애물에 부딪치는 것도 엄청 그럴듯하고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해주는 요소가 된 것 같다. 다만 시즌2에서는 드라마의 흐름을 사건의 흐름과 같게 하다보니까 전개가 너무 늘어졌다. 재미도 없고 시즌1 정으로 언젠가 시즌1의 사이다같은 장면이 나오겠거니 하면서 참고 봤는데 딱히 나온 것 같지도 않다ㅠ <마인드 헌터> 볼까말까 고민중인 분들이시라면 시즌1까지만 보세요...

작년에 지인 통해 대강적인 시놉 듣고 엄청 기대했던 <반도>(2020, 연상호). 완성본 나오고 그 지인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좀비가 메인이 아니고 사람 집단끼리의 싸움이라 좀 힘들 것 같다고,,, 그래서 엄마랑 둘이 기대 전혀 안하고 봤다. 그래서 그런가 엄청 재밌던데?! 사실 좀비를 메인으로 잡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선택이었다. <부산행>처럼 또 좀비vs인간 하면 대중이고 언론이고 발전이 없네, 우려먹기네 할 게 뻔하니까. 그런 면에서 세계관 확장은 난 좋았다. 다만 <부산행>자체가 전에 없던 좀비 스타일로 너무나 호평을 받았고, 대중들의 기대 또한 좀비로 완전히 쏠려 있던 게 문제였던 거 같다. <반도>에서 좀비는 수단일 뿐 큰 틀에서는 큰 존재감이 없다. 나는 그 자리를 카 액션이 채웠다고 생각한다. 카 액션에 환장하는 사람으로서 그래서 재밌게 느꼈던 거 같고... 그리고 한정석 캐릭터가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이타적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모습으로 고구마 먹을 때 쯤 상대 캐릭터가 다 죽어버리는 것도 좋았다ㅎ 확실히 질질 끄는 느낌은 안들었던 듯. 다만, 그놈의 신파! 아니 영화 초반부터 신파 넣는 영화 처음 봤구요...? 영화 안에서 신파 장면만 한 3번 나온듯ㅋㅋ 한정석 누나 죽을 때, 할아버지 죽을 때, 마지막에 민정 죽을 뻔 했을 때. 한국영화에서 신파 장면에 슬로우 못 거는 법 좀 만들어주세요. OTT에 "신파 건너 뛰기" 버튼도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7번방의 선물 오열하면서 본 사람으로서 신파 잘 먹히는 거 이해하는데, 제발 과하지 않게만 넣어달라구요... 

드디어 정말 드디어 본 <왕의 남자>(2005, 이준익). 처음이자 마지막 입소문 1000만 영화라고 너무 많이 들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봤다. 예전에 가족이랑 놀러갔다가 줄타기 씬 찍는 거 봤는데... 그때 엄마가 여자배우밖에 못봤는데 모르는 얼굴이라고 그랬던 것도 기억난다. 개봉 후에 보니까 그게 이준기였지...ㅋㅋ 무튼 요즘 듣는 영화 마케팅 수업에서 이준익 감독이랑 오랫동안 영화 마케팅 일 하셨던 분이 강의를 하신다. 강사님이 이준익 감독님과의 일화를 알려주시면서, 이준익 감독님 왈, 마케팅 경험이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 가를 알게 해줬다, 그리고 그걸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든다 뭐 이런 얘기를 하셨다. 강사님 요지는 그러니까 연출 하겠다는 애들도 내 수업 열심히 들어라 이런거였지만, 나는 <왕의 남자>를 보고 나서 그런가 굉장히... 뭐랄까, 의미심장하게 들렸다ㅋㅋ 왜냐면 <왕의 남자>에 덕후들 환장 포인트가 한두 개 들어있는 게 아니거든요... 요즘도 그런 포인트들로 꾸준하게 인터넷에 글 올라오기도 하고, 올라 올때마다 댓글도 많이 달린다. 일단 캐릭터 서사부터 덕후 겨냥이잖아요? 동성애 포인트도 은근슬쩍-하지만 암묵적으로는 다 인정할 만큼- 넣어두고... 약간 "불한당원"의 시조 느낌ㅋㅋ 이렇게 마니아 겨냥한 영화들도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많이 나오면 그 중에 내 취향이 하나쯤 생기겠지ㅎㅎ,,?

<베리드>(2010, 로드리고 코르테스)!!! 진짜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와 사운드, 그리고 조명 만으로 정말 정말 잘 만들었다. 전혀 저예산 느낌도 안나고 액션도 없는데 뭔가 액션/추격 영화 본 느낌이었다. 사운드의 중요성을 깨우쳐준 영화... 사실 구해준다는 거, 구조 요청한 모든 사람 구해냈다는 거 대충 뻥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주인공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치만 예상대로 진행됐고, 영화가 끝나면서 밀려오는 빡침과 절망.. 너무 좋았다. 나는 확실히 희망을 짓이기는 비극엔딩을 좋아하는 거 같다. 특이 취향,,, 해피엔딩으로 안도감을 주면서 끝나도 괜찮았겠지만 확실히 지금 엔딩보다는 여운이 없었을 거 같다. 그리고 좀 선전영화 느낌도 났을 거 같고ㅋㅋ 나도 모르게 주인공과 호흡을 같이하게 된 경험이 너무 신기했다. 

로맨스 영화 안 좋아하지만 하도 많은 사람들이 레전드로 뽑아서 본 <노트북>(2004, 닉 카사베츠). 음... 왜 레전드인지 모르겠다. 누구더라 연예인 누구가 30번 넘게 보고 볼 때마다 우는 영화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왜...? 어디서 울어야 되는 건지 감도 안잡혔다. 실화 바탕이라는 게 제일 놀랍고... 그 외에는 레이첼 맥아담스가 정말 매력적으로 나왔다 정도? 로맨스 영화는 진짜 나랑 안맞는 거 같다... 

이것도 인터넷에서 영업당해서 봤던 것 같은 <경계선>(2018, 알리 아바시). 되게 신선한 영화였다. 소재 자체는 북유럽에서 엄청 흔한 전설?을 바탕으로 해서 그 나라에선 새로울게 없겠다만, 그런 설화가 없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그런 소재도 신선했다. 또 연출도 엄청 독특했다. 영화라고 해서 특별히 더 아름답게, 더 예쁘게 연출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이건 그 나라(스웨덴) 문화와도 연관이 있는 거 같다. 어디 댓글에서 읽었는데, 스웨덴에는 타인의 외모를 칭찬이든 비난인든 일절 언급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언급하면 좀 경솔한 사람 취급을 받는댄다. 그래서 영화 내에서 주인공의 외모가 "통상적인 미"의 범주에서 벗어나있어도 공항에서 무례했던 승객을 제외하면 아무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차별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더 나아가, 감독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사용한다. 구더기 먹는 걸 얼굴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호수 나체 수영씬도 그냥 자연 그대로 찍는다. 이런 연출이 좀 낯선 사람으로서는 너무 생경했고, 약간 감독이 오히려 "이것도 거부감 없이 받아드려야 되는 거 알지?ㅎ"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스웨덴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가 너무 궁금해... 

후배가 인스타에 올린 스틸샷 보고 취향저격 당해서 보고 온 <비바리움>(2019, 로칸 피네건). 개봉한 지 조금 지난 걸로 알고 있어서 내릴까봐 급하게 보고 왔다. 엄청난 스토리가 있던 건 아니었지만, 스틸샷만큼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도 내 취향이었다. 어딘가 동화같은데 아름다운 이상적인 동화 말고 파멸로 이어지는 동화... 프로덕션 디자인은 르네 마그리트 그림 느낌이고, 스토리 형식은 약간 조던 필 감독의 <어스> 느낌이 있으면서도 스타일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 배경이 내가 어릴적부터 상상해왔던 공간이랑 놀랍도록 똑같은 환경이어서 신기했다ㅋㅋ 물론 나는 이런 서사가 있는 스토리를 상상했던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초반 학교씬 보면 영화 다 본 거라고 그러던데, 물론 그 말도 맞지만 뒤에는 스타일이랑 분위기가 중요한 거라구요ㅠ 적어도 저는 그렇게 봅니다,,, 게다가 나는 그 뻐꾸기 어쩌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간단한 스토리라 더 좋았던 거 같다.